[한국]과 [폴란드], 그 공통점이 뭔지 너무너무 궁금해!
솔직히 폴란드어 방송으로 나오는 뉴스는 알아듣기가 너무 어려워 CNN 뉴스를 그나마(!) 속 시원히 시청하곤 한다. 유럽 시간으로 오후 10시. 인기 있는 "커넥트 더 월드"가 시작한다.
최근에 CNN 은 미국에만 국한된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Go Beyond Border" 등의 거창한(?) 슬로건과 함께 각국의 인사말로 "여기는 CNN"임을 알리는 중간광고를 내보낼 만큼 국제화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이 바로 그 선봉이라 보시면 되겠다. 최근에는 "글로벌 커넥션" 이라고 하여 (무슨 스캔들 이름 같긴 하다) 일주일동안 랜덤으로 두 나라를 정해서 서로간의 공통점에 대해 논의해 보는 코너가 생겼다. 여기에... "한국"과 "폴란드"가 선정되었던 이야기를 한번 풀어보려 한다.
[한국]과 [폴란드]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앵커가 나와 두 나라를 먼저 소개하고, 한국은 "전 국민의 93%가 핸드폰을 가진 나라", "세계에서 가장 좋은 공항을 가진 나라", "이번 해에 쌀 수확이 좋은 나라", 이렇게 세 가지로 요약해 준다. 폴란드는 "하나의 도시에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 "세계 금융위기에서도 유럽연합 중 유일하게 성장한 나라", "대통령이 4천명을 식사에 초대한 나라" 로 소개한다. 뭐 실제로 폴란드는 핸드폰 보급률이 125%가 넘는데...
이렇게 각 국가의 세 가지 토픽을 들으니, "CNN이 정말 우리를 좀 궁금해 해야 하겠구나" 란 생각이 든다.
▲ CNN 글로벌 커넥션 "한국과 폴란드" 편 [출처:CNN.com] |
세상에 2백여 개의 나라 중에 한국과 폴란드를 연결해주다니...본인에게는 기가 막힌 기회가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하고, 필자, 인터넷에 접속해서 필자의 의견을 올린다. 과연, 7개월을 폴란드에서 폴란드인들과 함께한 한국인인 필자. 어떤 의견을 써야 할까? 자, 그럼 필자의 머리를 스쳐간 수많은 생각(과 CNN 게시판에 올려주신 많은 분들의 의견)이 닿았던 한국과 폴란드의 공통점 속으로 무비무비무비!
[한국]과 [폴란드], 어떤 점이 비슷할까?
1. 의외로 같아? 몇 가지 전통 음식들
가장 먼저 필자의 머리에 스친 건, 몇 가지 음식들 이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주식은 "쌀" 이다. 폴란드의 주식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만 "감자와 고기" 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의 음식들은 정말 놀랄 만큼 닮아 있는데,
신기하게도 폴란드와 한국의 전통음식들은 좀 닮은 점이 많다. 위에 열거한 세 가지 음식은 그 중에도 정말 닮은 애들인데, 특히 이곳 사람들은 비고스를 아주 즐겨 먹는데, 배추를 이용한 음식이라는 점이 많은 CNN 애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실제로는 피에로기와 만두가 많이 닮았는데, 특히 바르샤바 대학 앞의 "Browarnia" 호프의 피에로기는 우리나라 군만두와 매우 흡사하게 서빙 되어 필자의 우울한 마음을 달래주기도 한다.
다만 주의 할 점은, 지난 칼럼에도 말씀 드렸듯이, "피에로기 즈 미엥셈 (Pierogi z miesem)" - 고기 삐에로기 - 또는 "피에로기 루스키에 (Pierogi Ruskie" - 러시아식 피에로기를 시켜야 만두 비슷한 맛이라도 볼 수 있지, 만약... 송편 같은 만두피 안에 치즈 또는 블루베리 또는 체리(!)등이 들어있다면, 언제 어디서 필자의 멱살을 잡고 구타를 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 번째 공통점. 몇 가지의 전통 음식. 그 재료들의 공통성이 되겠다.
2. 열강의 사이에서 눈물 나는 역사
▲ 각국의 문장(Coat of Arms) 로 살펴보는 폴란드의 지형적인 위치
대부분의 독자 분들이 못 보셨겠지만, 알고 보면 필자 그니에즈노 칼럼에 이미 소개된 그림이다. 우리나라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긴 역사 중의 대부분은 중국이었지만) 많은 일들을 겪었듯이, 폴란드는 독일과 러시아, 그것도 모자라 한때 강력했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북쪽의 스웨덴까지 이 나라를 괴롭혔다.
▲ 18세기부터 130년이나 지속된 삼국분할. 폴란드라는 나라는 지도에서 없었다 [출처:위키피디아] |
게다가, 우리나라야 북쪽으로는 개마고원, 나머지로는 삼면이 바다라서, 지형적인 방어나 가능했지만, 남쪽에 빼죽 솟은 타트라 산맥 말고는 나라 전체가 신나는 평원이라, 신나게 외세의 침략을 받아왔다. 독일과 러시아, 그리고 오스트리아에게 130년이나 나라를 빼앗겨, 폴란드어 교육은 물론,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감옥에 갇힐 만큼 암울한 시대에서 자신의 언어를 지켜야 자신의 문화도 지킬 수 있기에, 지하에서, 교회에서 자신의 아이들에게 몰래 몰래 폴란드어를 가르친 이들.
그리고 민중 스스로 나라를 위해 봉기를 일으키고 외세의 침략에서 독립을 원했던 폴란드 민족. 일제 강점기의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기에, 열강의 사이에서 핍박과 설움을 당해서, 그래서 그 독립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는 민족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라 생각해본다. 그리하여, 두번째 공통점은 열강 사이에서 슬픈 역사를 간직한 민족이 되겠다.
3. 글로벌 경제위기 유일한 성장국가
▲ EU 국가(OECD) 중 2009년에 유일하게 GDP 성장한 나라, 폴란드 [출처:Eurostat] |
폴란드는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로 촉발된 불황에서 EU국가로는 유일하게 (군소국가 제외) GDP 를 1.7% 성장 시켰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OECD 국가로서는 드물게 0.2%의 성장을 기록했다. 물론, 그 이유는 조금 다르다. 폴란드는 국가 자체에 투자된 외국 자본이 크게 없는 상황에서 경기침체가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제한적이었고, 한국의 경우는 수출증대와 주력산업의 회복에 의한 것이었지만, 두 나라는 경제적으로 한창 성장하고 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세 번째 공통점은 경기침체에도 불구,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국가라는 점이다. 이밖에도 많은 공통점이 있다. 일부 CNN 애청자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남긴 주제를 살짝 보면, - 폴란드인들은 쇼팽의 피아노를 좋아하고, 한국인들의 피아노 실력은 매우 출중하다 - 한국의 조선업은 세계적인 수준이고, 폴란드는 조선업에서 발생한 탈공산주의 운동 "솔리대리티"로 유명하다.
- 폴란드는 나토에 가입하여 미군 미사일을 자국에 주둔 시킬 만큼 친미 성향을 지녔고, 한국 역시 그렇다 등등 다양하다. 맞고 그르고를 떠나서 세계에 있는 사람들이 한국과 폴란드에 대해 이렇게 많은 사실들을 알고 있고, 또 새롭게 알게 된다는 사실이 뿌듯하기만 했다. 그래서 필자 역시 그 댓글에 참여하기로 했다. 필자가 가장 공통점이라 꼽은 것은
4. 제 점수는요, 2390점입니다.
한국 남성들은 평범하게 옷을 입는다면 어떤 옷을 입을까? 필자가 패션에 매우 둔감하며 "명품조차 거적때기로 만들어 버리는" 신체와 패션 감각을 지녀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의 남성들 (특히 중년들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무난한 무채색 계열의 점퍼, 코트를 즐겨 입는다.
뭐, 남성들은 세계 스탠더드로 다 그럴 수도 있지만, 필자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를 위해 좀 과장하자면 그렇다. 이곳 폴란드 남성들도 마찬가지다. 회색 코트, 검은 점퍼. 편안하고 익숙하면서 튀지 않는 옷들이 많다. * 많은 분들이 아닐 줄로 아뢰옵니다만, 칼럼의 문맥을 생각하여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 우중충 할 수 밖에 없는 우리 두 나라의 직장인들이여! [출처:se.pl, 고뉴스TV] |
필자가 이렇게 운을 떼고 CNN 게시판에 적은 내용은 이렇다. 이렇게 폴란드인들과 한국인 남성들이 평범한 옷을 입게 된 까닭이 바로 이것 때문이 아닌지. 자신 스스로를 돌볼 시간이 많지 않다는 반증이 아닌지.
▲ OECD 회원국 년간 근무시간 조사 (2004) [출처:위키피디아] |
왜냐하면, OECD 가 2004년 세계의 근무시간을 조사한 결과, 1년에 2,390시간을 일하는 한국의 근로자들이 전세계에서 가장 근무시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고, 그 뒤를 폴란드가 1,984시간으로 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근무시간에서 상위를 다투는(?) 두 나라의 모습은 어쩌면 서글픈 공통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러한 요지의 글을 남긴 필자는 내심 요 의견이 채택되지 않을까 기대했었지만, 이러한 의견을 내고, 동영상까지 올린 분의 의견을 소개받는 것으로 아쉬움을 대신해야 했다.
아... 마지막에 컬럼의 끝이 조금 우울하면서 관점을 잃고 방황하는 느낌이지만, 이런 방송을 통해 다시금 폴란드와 우리가 어떤 점이 닮았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어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결국 마지막 공통점은, 2,390시간에 육박하는 우리네 근무시간이 되겠다. 마지막으로 금요일에 방송된 마지막 클립을 끝으로, 폴란드와 한국의 공통점이 알고 싶었던 CNN 에게 어떠한 답이 주어졌는지 확인하면서 컬럼을 마무리 하도록 한다.
- 우태원 대리 /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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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태원 대리 / 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