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덕분에 똘똘 뭉쳤죠" 남종석 폴란드 한인연합회장
한인회 구심점 돼 '전세기 귀국 지원·백신 우선 접종·K-푸드 행사 개최'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순식간에 퍼지면서 모두가 어쩔 줄 몰라 할 때 한인회가 기민하게 안전 확보에 나섰죠. 모두가 합심해 위기를 잘 넘긴 덕분에 유대감도 커지고 자부심도 생겼습니다."
남종석(55) 폴란드한인연합회 회장은 1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긴급 연락망 구축, 마스크 배포, 귀국 전세기 특별 운영, 백신 우선 접종 등에 앞장서 구심점 역할을 해낸 게 무엇보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최근 방한한 그는 10월 초 재외동포재단 주최 '2021 세계한인회장대회'에서 코로나 위기 극복 사례로 '자랑스러운 한인회' 최우수상을 받았다.
한인이 5천여 명 거주하는 폴란드에는 바르샤바, 브로츠와프, 카토비체, 크라코프 등 4개 도시에 지역한인회가 있었는데, 통합 단체의 필요성이 대두해 지난해 1월 초 연합회가 발족했다.
수도 바르샤바 한인회장으로 연합회 수장을 맡게 된 그는 지난해 3월 마스크 2만 개를 긴급 공수해 한인, 유학생, 주재원과 그 가족 등에 배포했다.
이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놓여 정기 항공편이 중단된 지난해 4월에는 특별기를 마련해 2번에 걸쳐 224명의 귀국을 주선했다.
연합회 활동이 무엇보다 빛을 발한 건 백신 접종이었다.
폴란드 거주 외국인은 사회보장번호가 있어야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관공서 업무가 지연돼 주재원과 가족 등이 사회보장번호를 받지 못해 접종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남 회장은 "최근 한국기업의 폴란드 투자 확대로 단기 출장자와 주재원이 급격하게 늘면서 사회보장번호를 받지 못한 400여 명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며 "연합회가 나서서 폴란드 보건부, 접종 지정병원 등과 협의해 전원 접종받도록 조치했다"고 전했다.
폴란드 내 외국인 커뮤니티 중에 백신 접종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건 한인회가 유일했다.
현지 언어가 서툰 한인들을 위해 지역 한인회별로 통역봉사자를 두고 백신 접종을 돕고 있다.
한인회가 안전을 책임져준다는 믿음이 커지고 신뢰가 쌓이자 지난 9월 4∼5일에는 바르샤바 시내 광장에서 '코리안 푸드 위크앤드' 행사를 열었다.
폴란드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인 '위드 코로나' 정책을 펼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이 없어져 거리로 나온 사람들에게 위로와 힐링을 선사하고 한국도 알리기 위해서였다.
한인들이 합심해 10개의 부스를 설치하고 김치, 잡채, 떡볶이, 어묵 등 다양한 한식을 선보였고, K-팝 공연도 펼쳤다. 한국 식품과 주류도 불티나게 팔렸다. 이틀간 행사에는 3만5천여 명이 몰려 현지 언론에서도 취재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남 회장은 "행사에 한국 공관과 한국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후원해 줘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쳤다"며 "코로나로 움츠러들었던 한인들의 마음이 활짝 열리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계속 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SK네트웍스 폴란드 지사장으로 파견됐다가 독립해 2003년 무역회사 '칸'(KHAN)을 세운 그는 창업 10년 만에 연간 2천만 달러(약 236억 원) 매출을 올려 '폴란드 직물 시장의 큰손'으로 불린다.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부회장이기도 한 그는 12∼14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25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도 참가했다.
남 회장은 "코로나 덕분에 위기 상황 대응 매뉴얼이 생겼고, 안전 중시 문화를 만든 게 큰 수확"이라며 "앞으로는 한국-폴란드 다문화가정 모임을 만들어 2세들의 정체성 확립을 돕고, 문화유산회복재단과 협력해 폴란드에 숨겨진 우리 문화유산 찾기 운동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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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10/16 09:0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