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야기

by 운영자 posted Mar 1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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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월요일 신학기 개강을 앞두고 국민대 평생교육원 교학과에서 나에게 전화가 왔다.
 "오 교수님 내일 개강인데 문제가 하나 생겨서요. 다름이 아니라 나이가 76세이신 여자분이 죽어도 등록을
시켜달래  요....


  물론 나이제한이 없지만 너무 고령자인데다 집이 부산이래요" "???" "
  그런데요, 제가 물어봤더니 새벽에 KTX타고 오셔서 강의 끝나고 당일 돌아가시면 된다고 부득부득 우기세요,
  홍익대 전문가과정을 신청 했었는데 거기서도 너무 고령자라 불합격 받았으니 국민대에서는 꼭 받아달라고
5번이나
  전화가 왔어요.
  어쩌죠????" 그래서 나는 흔쾌히 그녀의 수강을 승락하였고 우리는 다음날 강의실에서 조우를 하였다.


 그 씩씩한(?) 할머니는 금년 9월에 부산에서 개인전 준비를 하고있는 화가이셨는데 오늘 강의를 위하여
간밤에는   가슴이 설레어 잠을 설쳤 다거나 새벽 5시에 나와서 6시반 차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 택시를 이용 하여 정확히   10시 5분 전에 등교를 하셨다고 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더구나 그녀는 자신의 그림을 디지털과 혼성하여 또 다른 장르를 개척할 야심과 포부를 피력하였다.                  부산에서 다녀가려면, (내가 부산 동의대학교 특강을 매월 자주 나가니 잘 알지만) 교통비만도 15만원이 든다.

 한달이면 그것도 수월찮은 60만원인데.....남들은 한 학기에 30만원 등록금을 내는데 이 분은 300만원을 쓰는 셈이  었다. 무엇보다 인천이나 부천, 남양주나 청평, 분당 등지에서 나오는 학생들이 거리 운운 하는 소리가 쏙 들어가  버렸다.

 내가 3시간의 강의를 끝내고 그 할머니에게 공개적으로 약속을 하였다. "정영희씨는 다음 학기에도 만약 등록을    한다면 제가 대학에 이야기 하여 수강료 전액을 면제토록 조치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국민대학교 신문이나 홈페이지에 기사화 하겠습니다"라고 즉석에서 장담하였다. 평생교육이란 이런 것이다.
 숫자에 불과한 나이 뒤에 몸을 웅크리고 인생을 다 산 것처럼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사는 이들이 이 할머니의 열정을
 배워야 하고 바로 그런 것이 참된 공부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그 할머니는 굳이 나의 작업장 구경을 하고 싶다고 강의를 마친 후, 작업장을 방문하였고 다음 날, 다시    전화가 와서 교수님 방해가 안 된다면 강의 후, 서울에서 하루 묵고 다음날 개인 적으로 특강을 받을 기회를 고려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서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 이라고  하였다.

 어찌, 거절할 수 있었겠는가 말이다..........

 

  "쇼팽의 추억"이란 카페에서 발췌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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